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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 있는 모든 한국 유학생에게도 너무나 큰 영향을 끼쳤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서로 볼 때마다 치솟는 환율수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인사처럼 되었었고

집에서 유학자금을 받으며 공부하던 친구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전보다는 거의 두 배가 된 수업료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기에 당시 학업을 접고 한국에 들어가는

학생들만 해도 전체 한국학생의 1/3 을 차지했다.  나중에는 학교 측에서도 이런 위기적 상황을 인식하고

학비를 분할로 내게 한다든가 하는 조치를 취해주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한국에서 부도내고 미국으로 도망쳐와 갈 곳이 없어 당시 미국에서 공부하던 아들의

자취방에 도피해서 함께 산다던가,   꽤 잘 살았던 집안에서 유학을 와서 아주 상류급 생활을 하고 있던

여학생이 아버지가 대기업임원에서 잘린 후  돌아오라는 말을 거부하고, 소위 미국에 있는 한국식 룸살롱

에서 호스테스로 일하며  그 생활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등 여러 가슴 아픈 사연이 주변에서 들리곤 했다.

 

 

나는 어차피 한국에서 돈을 받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돈이 바닥을

드러내어가는 현 시점에서  나 또한 뭔가 타결책을 내놓지않으면 안될 순간이 온 것이었다.

 

다행히 그 때 한국에서 대학 때 학점을 꽤 인정받고 들어왔고(주로 교양과목),이 곳 학점도 꽤 따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 때부터는 풀타임제가 아닌 파트타임제로 학점을 들을 수 있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아마 나도 계속 풀타임제를 들어야 할 상황이었다면 한국에 돌아왔어야

했을 것이다.  사립학교였던  우리 음대의 엄청난 학비를 도저히 댈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파트파임제라면 내가 들을 과목 몇 개만 신청해서 계속 공부할 수 있기에 마련된 돈을 적절하게

조율만 잘하면 졸업은 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섰다.

 

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타이밍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라는 이 말이
내 마음에 와닿게
했다. 

 

사실 난 단 한번도 내가 원하는 이 음악대학을 졸업못할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당연히 졸업하고

게다가 맘껏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듬뿍 원하는 것을 얻어서 귀국할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어왔다.   

 

이런 나에 대한, 또 나의 미래에 대한 대책없는 무대뽀적인 믿음이 가져온 선물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감사함도 잠시 접어두고, 나는 이 생각이 실현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구체적인

계획을 다시 짜야 했다. 

 

우선, 우리 학교는 일년이 3 학기로 나뉘니까 우선 한 학기는 휴학을 해서 풀타임으로 일해 학비를  

벌어놓는다그리고 그 돈으로 나머지 두 학기의 학비를 대면서 두 학기는 생활비만 버는 정도로 일을

하고 나머지시간은 공부에 집중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일하는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으면서 또 일도 원할 때 많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사방에다가 아르바이트자리를 부탁해놓고 마치 하이에나처럼 어디 돈벌 때 없나 전전긍긍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녔다.

 

그러던 차에 편의점의 캐쉬어,  학교내 아르바이트,  한국식당서빙 등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중 식당일은 꼭 해야 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식사비를 아낄 수가 있고 영양보충을 실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사실 유학생활하다보면 먹는 게 부실해지기 쉽다.  먹는 것을 무시하다가 건강을 잃으면 그 것처럼

유학생활에 치명적인 것은 없었다.

 

 

따라서 먹는 것에 신경을 써야 했는데 매끼 외식하면 감당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일일히 만들어먹는다면

그 것 또한 금쪽 같은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학교내 아르바이트와 한국식당서빙을 선택했다. 

 

 

 하지만, 학교내 아르바이트는 용돈수준밖에 되지 않았고 한국식당도 손님이 별로 없어 매우 어려워했다. 

IMF 의 영향을 받은 유학생들은 전에는 자주 가서 사먹던 한국음식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손님이 별로 없으니 일할 시간도 많이 주지않았다.  이렇게 일하다가는 도저히 학비는 고사하고 생활비로

벌기 어려울 것 같아 한달만에 그만두었다.  

 

 

그리고 곧 차이나타운에 있던 홍콩사람이 운영하는 일식집에서 일하게 되었다.  차이나타운을 지나가다가

써붙인 구인광고난을 보고 들어가 면접을 봤는데  이제 갓 생겨난 퓨젼풍의 일식집이었다.   일식도 팔지만

 중식도 약간 섞어서 파는.. 어떤 메뉴는 한국적인 요리도 있었다.

 

당시 IMF로 아르바이트를 하고자하는 한국인이 많았는데 이 식당에도 벌써 여러 명의 한국인이 면접을

보고 간 것 같았다.   최종적으로 내가 선택이 되었는데 그 것은 한국어 뿐만 아니라 일어도 가능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많은 손님들이 한국인과 일본인이었기에..

 

 

그 일식집은 매우 독특한 인적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주인은 홍콩사람, 종업원은 중국인, 주방장과

주방보조, 그리고 주인의 와이프는 한국인이었다.  따라서, 일도 일이지만 일하는 사람들간에 원활한

컴뮤니케이션이 되질 못했다.

 

 

중국인들은 주인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하고  주방에 있는 한국인은 그 사람대로 주인과 종업원에 대해

이중으로 갈등을 갖고 있었다.   돈은 저번 한국식당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었지만, 일에 대한 스케쥴도

조정하기가 까다로웠고 학비를 마련할 만한 어느 정도 일하는 시간의 확보 역시 앞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트러블에 나는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일한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을 무렵  어느 날,   학교에서 나와 아주 절친한 친구사이였던 가즈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
,  나와 함께 일본식당에서 일해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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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에 5월말에 도착해서 6월의 여름학기부터 수업을 들어가게 되었다.   8년 간이라는 기나긴 인고의 세월 끝에 얻은 기회였다.    단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토록 어려웠을까? 

나는 그 동안 타의에 의해서 만들어진 나를 모두 버리고 다시 태어나기로 했다.   내 온연한 선택에 의해서
첫 발을 내딛는 나 만의 길..     그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아닌지 지금은 모른다. 
하지만, 그 것은 별 중요하지 않다.     

존재지워지는 가  내 스스로 존재하는 가  

세상을 사는  이 2가지 방식에서 적어도 난 스스로 선택한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 날을 기념으로 난 내 이름을 새로 짓기로 했다.    준(JUN) 이라고 명명했다.

원하는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6월(June)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
일본, 미국 모두 다 존재하는 이름이라는 국제적 통용성이었다.



그 후 1년 반동안 내가 기억하는 것은 연습실안 피아노 한대와 그 앞에 앉아있는 나,  그리고 아침에 보는

 하늘과 밤늦게 보는 하늘 이 것이 다였다.  

 

 

그동안 맺힌 것을 한풀이 하듯이 원없이 피아노만 처댔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시작해 20대 초반에 거의 프로수준에 오른 친구들이 수두룩한 이 음악학교에서 30살에 가까운 다 늦은 나이에 죽을둥 살둥 열심히 한다는 것은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다.   내 피아노실력이란 그들에겐 새발의 피의 피만도

못한 것임에는 삼척동자도 다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난 그 순간을 너무 사랑했고 또 감사했다.  내가 진정 하고 싶어하는 것을 8년에 가까운 반대의

세월을 인내하고  비로소 시작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난 죽을 때 눈뜨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걱정만큼은

안하게 된 것이다.

 

 

피아노연습실에서 또 강의실에서 그렇게 나는 꿈과 같이 음악에만 푹빠져 1년 반을 지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미셀 카밀로(Michel Camilo).   그는 쿠바출신으로 미국에서 테크닉과 예술적 감성 거의 전 부분에서 완벽한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라틴리듬을 근간으로 한 그의 음악은 에너지 그 자체이다!!


 

전 세계에서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이 곳에 모여든 학생들,   학교 로비에 있다보면  정말 인종의 도가니를

느끼게 할 만큼 다양한 나라, 다양한 민족온갖 인종들이 넘실거리고 있었고, 영어가 아닌 음악이란 또

다른 위대한 언어로 왕성하고도 치열한 교류를 하고 있었다.

 

더할 나위없이 행복했다.  또 나는 일어가 가능했기에 일본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그 들과 함께 연습하고

공부하고 때로는 한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유명뮤지션의 공연도 서울 시내의 영화를 보러가듯, 값싸게

보러가면서 꿈결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나 꽤 벌어갔다고 생각했던 자금도 1년이 넘어갈 때쯤 거덜이 나기시작했다. 보스톤이 워낙 물가가

비싸고 학교 학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버는 돈은 전혀 없었고.. 

 

게다가 기고만장했던 한국에 벼락 같은 찬물을 끼얹었던 그 이름하여 IMF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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